출발

새끼거북이들이 바다에 들어간 순간부터 잇따른 시련들이 찾아옵니다. 해안 가까이에선 물고기와 새들이 갓 부화한 새끼거북이들을 먹어치웁니다. 새끼거북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신속히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몸 길이가 겨우 5cm(2인치)밖에 안 되는 갓 부화한 새끼거북이가 어떻게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넓은 바다에 이르는 걸까요? 거북이의 본능이 능숙하게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줍니다.

정신 없이 헤엄치기
부화한 곳을 떠나 바다로 들어간 새끼거북이는 약 24시간 동안 ‘정신 없이 헤엄치는’ 단계에 돌입합니다. 이들은 몸속에 남은 노른자를 연료로 삼아 며칠 동안 계속 바다를 헤엄칩니다.
하지만 정신 없이 헤엄치는 단계가 지나고 나면 새끼거북이의 헤엄치는 속도는 대략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그 뒤로도 3 ~ 7일 가량을 더 헤엄치면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고, 더 이상 헤엄칠 수 없게 됩니다.

거북이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어떻게 알까요?
새끼거북이들은 바다로 들어갈 때 파도가 해안가로 밀려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파도를 향해 갑니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는 어떻게 방향을 알아내는 걸까요? 파도를 마주보는 상태로 물속에 들어간 거북이는 제자리에서 위, 아래, 앞, 뒤의 순서로 움직입니다. 거북이는 귓속의 반고리관으로 이런 순환운동(요잉, 롤링, 피칭)을 감지해서 균형을 잡고 해안가 반대방향이 어디인지를 분별합니다. 하지만 해안에서 멀어지면 파도가 치지 않기도 합니다. 이때부터는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표류생활과 표류물
해안가에서 멀어진 새끼거북이는 지느러미 같은 발을 등갑 가까이에 붙이고 수면 근처에 머무릅니다.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뒷발만 사용해 헤엄칩니다. 넓은 바다에도 천적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게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체내에 남은 노른자를 다 소모했기 때문에 먹이를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수면엔 여러 물체들이 떠다니고, 거북이들은 이 표류물 틈에 즐겨 숨곤 합니다. 특히 해수면에 떠 있는 해조류는 유기물이 풍부한 먹이가 됩니다. 북대서양에서는 많은 새끼거북이들이 이 표류물 속에 살아가는 것이 관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