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의 일생과 환경

바다거북은 일생에 걸쳐서 얼마나 많은 다른 생명체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의 관계는 어떨까요?

고향 해변으로의 회귀
암컷 거북이는 해변에서 알을 낳고 바다로 되돌아간 후 몇 주 뒤에 다시 알을 낳으러 돌아옵니다. 심지어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같은 해변을 계속 찾습니다. 이를 ‘귀소’라 합니다. 어떤 바다거북은 특히 자신이 태어났던 해변을 찾아옵니다. 마치 연어가 자기가 부화했던 냇물로 되돌아오듯이 말입니다. 올리브바다거북은 자기가 태어났던 해변에 알을 낳기 위해 떼지어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바다거북도 마찬가지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몇백 킬로미터 내의 범위 내로는 되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번식을 위한 이동
일본 해역으로 되돌아오는 붉은바다거북의 크기는 아주 다양하며, 도착한 이후 바로 번식하지 않는 거북이들도 있습니다. 거북이에 인식표를 붙여 방류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알을 낳는 붉은바다거북은 동중국해에서 먹이를 구합니다. 동중국해 수심 200m(656피트) 밑에는 대륙붕이 펼쳐져 있어, 심층 해양 유기체가 풍부합니다. 붉은바다거북은 이 해역의 풍부한 영양소를 얻으면서 번식할 때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편 최근 연구에서는 일본에서 산란하는 거북이들 중 일부가 마찬가지로 많은 유기물이 표류하는 쿠로시오 해류와 오야시오 해류가 만나는 해역에서 번식할 때까지 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성장을 위한 이동
일본에서 태어난 붉은바다거북은 시계방향으로 흐르는 대양의 해류를 따라 부유물 및 해초와 함께 북태평양 해역 각지로 흩어집니다. 어떤 거북이는 북미에 있는 캘리포니아 반도까지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용승류를 따라 영양분이 아주 풍부한 바닷물과 플랑크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곳이기에 새끼 바다거북이 풍부한 먹이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에서 이 바다거북들은 어느 정도 성숙한 뒤 긴 시간 태평양을 횡단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동과 회귀
바다거북은 일생을 이동하면서 보내며, 가끔씩 같은 지역에 되돌아 오곤 합니다. 그럼, 일본에서 태어난 새끼 바다거북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 걸까요? 어미 거북은 오랜 세월 동안 어디에서 살다가 같은 해변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해서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걸까요?

잃어버린 시절
새끼 바다거북이 모래사장을 떠났다가 다 자란 성체가 되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삶은 미스터리였으며, ‘잃어버린 시절’이라 불렸습니다. 이 시절에 대한 단서가 확보된 것은 1987년 등갑 길이가 17.5cm(7인치)일 때 일본 오키나와 오션 엑스포 수족관(현재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인식표를 달아 방사한 한 새끼 거북이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다시 잡혔을 때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많은 연구자들은 그렇게 작은 거북이가 그처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많은 ‘잃어버린 시절’의 거북이들이 북태평양 중부와 동부에서 발견되면서, 거북이의 이동하는 삶에 관한 미스터리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붉은바다거북의 미스터리
작은 붉은바다거북은 오래 전부터 캘리포니아 반도 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하와이 북부 해역에서도 이들이 그물이나 낚싯바늘에 걸려 우연히 잡힐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산란지는 일본과 호주에만 있었기에, 이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였습니다.
일본에서 방사한 거북이가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것을 보고, 일본과 북태평양 중부, 캘리포니아 연안, 그리고 호주에 사는 붉은바다거북의 유전자 정보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북태평양 중부와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붉은바다거북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일본에 사는 붉은바다거북과는 같은 유형이지만 호주에 사는 거북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로 일본의 해변에서 태어난 붉은바다거북이 북태평양 각지로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고향으로의 대항해
1995년 11월 9일, 도쿠시마현의 아난시에서 낯선 인식표를 단 붉은바다거북이 정치망에서 발견됐습니다. 인식표를 통해 이 거북이가 478일 전에 멕시코의 연구팀에 의해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방류된 ‘루피타’라는 암컷 거북이임을 알아냈습니다. 이에 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이후 1996년 10월에 같은 지역에서 ‘아델리타’라는 거북이에 위성 태그로 추적할 수 있는 인식표를 붙여 방사했습니다. GPS를 추적해 보니 아델리타는 곧바로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 제도 북부로 간 다음, 거의 1년 만에 일본 해안에 도달했습니다. 이후 한 미국 연구팀이 세 마리의 거북이에 대해 동일한 추적 실험을 실시했고, 샌디에이고 해안에서 일본 해안까지 1, 2년 내로 도달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바다거북 이정표
대양에는 거북이들을 인도할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거의 없습니다. 거북이들은 철새처럼 지구의 자기장을 길잡이로 삼는 것 같습니다.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거북이들은 지구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을 감지해서 올바른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먹이를 찾을 해역이나 알을 낳으러 고향 해변을 찾아갈 때는 다른 수단들도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